넷플릭스/ 이병헌 감독의 신작 시리즈 <닭강정>
웃음은 다른 감정에 비해 민감하다.
슬픔이나 분노보다 이상하게도 웃음은 민감하다.
똑같은 유머에도 상황에 따라 웃음 짓기도 하고 아무렇지도 않기도 하다.
어떤날은어떤 날은 그저 평범한 날임에도 전혀 웃음이 생기지 않기도 하고 어떤 날은 시답지 않은 개그에도 웃음이 끊이질 않기도 한다.
웹툰 원작인 <닭강정>은 극한직업, 멜로가 체질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이병헌 감독의 넷플릭스 신작 시리즈이다.
류승룡, 안재홍, 김유정 배우가 출연하고 독특한 비주얼과 이병헌 감동 특유의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첫 장면부터 배우 안재홍은 노란바지에 분홍셔츠, 파란가디건을 입고 등장한다.그런데 이게 어울린다.

최선만(류승룡 역)과 고백중(안재홍 역)은 마치 만담 듀오처럼 계속해서 개그를 주고받는다.

어느새 훌쩍 커버린 티아고 실바.. 아니 최민아 역의 김유정 배우는 타이틀만 보면 주인공이지만 사실 비중이 그렇게 크지는 않다. 하지만 스토리적으로는 가장 중요한 인물이긴 하다.

<닭강정>은 화면연출에서 마치 웹툰과 같은 느낌도 많이 느껴진다.
그리고 색감적인 부분도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게 느껴진다.
시리즈를 감상하고 원작 웹툰을 잠깐 보았는데 왠지 알 것 같았다. 필자가 느끼기에는 마치 원작과 원작 팬들에 대한 배려처럼 느껴졌다.


<닭강정> 은 확실히 호불호가 갈릴 수 밖에 없는 시리즈이다.
필자도 쉴새없이 반복되는 웃음포인트에 한 번씩 영화가 아니라 개그나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건가?라는 착각이 들었다.
류승룡 배우나 안재홍 배우 모두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임에도 어느 순간부터는 그들이 연기자가 아니라 개그맨이었나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말이 안 되는 가운데 말이 되고 있어"
극 중 안재홍 배우의 대사이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이병헌 감독의 장점 중 하나이다.
뛰어난 감독임과 동시에 뛰어난 각본가이다. 난해한 스토리를 잘 엮어낸다.
심지어 복잡하게 엮어내는 것도 아니다.
극한직업에서도 보여준 것처럼 이병헌 감독은 한국작품에 꼭 등장하는 쓸데없는 신파를 넣지 않고, 쓸데없는 서사를 넣지 않는다. 하지만 개그욕심은 넘친다. 한국 드라마 특유의 문법을 따르지 않는다.
문법을 파괴하기에 서사를 연결하는 것도 단순해진다. 부정을 부정한다.
극 중 고백중(안재홍 역)이 아버지에게 반항하는 의미로 노란바지를 입는다. 하지만 아버지는 이쁘다면서 좋아한다. 결국 고백중은 아버지의 의견에 따르게 된다.
비슷한 스타일의 감독으로 최근 영화 <30일>을 연출한 남대중 감독은 또 다른 특이한 방법으로 서사를 쉽게 풀어나가는데, 극중 인물들이 자신이 허구의 인물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두 감독이 친한 만큼 이번 <닭강정>에서 이병헌 감독은 자신의 스타일 + 남대중 감독의 스타일이 혼합되어 있다.
극 중 유인원 박사는 자초지종을 설명하다가 스스로
"아니 이게 말이 안 되잖아 적당히 해야지"
라는 대사를 뱉으면 분노한다.
이병헌 감독의 또 하나 특징은 시대 트렌드를 작품에 잘 녹인다. <닭강정>에서도 민초vs반민초, 찍먹vs부먹 등의 논란을 등장시킨다. 2024년을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소셜미디어에서 소통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이병헌 감독은 이것을 작품에 녹일 뿐이다.
웃음코드가 쉴 틈 없이 등장하는 작품이다.
하지만 처음에 말한 것처럼 필자는 이상하게도 전혀 웃음이 터지지 않았다. 뭔가 다른 날이었다면 웃음이 끊이지 않았을 것 같은데 말이다.
하지만 워낙에 독특한 소재 때문에 보는 것을 멈추기는 힘들었다.
그러니까 무표정하게 보고 있지만 뒤에 스토리가 이상하게 궁금하네? 이런 느낌이었다.
확실히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많이 갈릴 수 있는 작품이다.
또 한 가지는 아이디어가 너무 넘쳤는지 조금 과하다 싶은 부분들도 보인다.
그러니 1편 정도를 보시고 선택하시면 될 듯하다.
나쁘지 않은 작품이지만 이번에는 필자의 웃음버튼이 고장나버렸다. 그러므로
개인의 취향 : ★ ★ ☆ ☆ ☆ (2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