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주관적인 리뷰/영화

지금 봐도 황홀한 왕가위 감독의 타락천사 리뷰

liokrongs 2024. 3. 3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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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에게 홍콩은 판타지다.

필자의 홍콩 판타지는 모두 왕가위 감독에게서 나온다.

 

영화 <타락천사>는 왕가위 감독의 1995년 작으로 당시 홍콩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매혹시켰고, 특히 한국에 끼친 영향은 지대하다.

왕가위 감독의 특징은 비주얼이다. 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 한국의 영화, 뮤직비디오, cf등 왕가위 감독의 영향력이 보이는 작품들이 수없이 나왔고, 특히 <타락천사>에 나온 기법들이나 장면들, 대사까지 상당수 오마주 되었다.

그 당시 한국의 뮤직비디오와 cf는 딱히 뭐 다 라고 말 할 필요도 없을 정도이고,

유명한 <비트>의 오토바이 장면도 <타락천사>를 오마주 한 것이다. 그만큼 왕가위 감독의 연출은 매우 뛰어나다.

30년이 지난 지금 보아도 뛰어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요즘 다시 왕가위 감독의 감성을 따라가고 있을 정도이다.

 

사실 스토리는 복잡하지 않다. 엇갈린 관계의 남녀사이, 그리고 그들의 상처와 대처해 나가는 일상이다.

연출을 통해 그들의 심리를 묘사하기 때문에, 정확한 내러티브를 기대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난해해 보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타락천사>는 영화를 보는 시점을 조금은 달리해야 한다.

 

위의 장면만 봐도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마치 한국의 세기말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처럼 느껴질 테지만

왕가위 감독을 전혀 모르는 요즘 세대들 에게는 또다시 참신한 충격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만큼 여전히 촌스럽지 않으면서도 다시 세대가 돌아올 때까지도 인정 받는 연출이다.

 

필자는 첫인상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타락천사>도 오프닝이 인상적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마냥 그렇게 말 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오프닝이 별로인 것도 아니다. 단지 <타락천사>는 매 장면장면이 너무 인상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류의 영화들은 자칫 조금만 어색하면 중2병에 걸린 허세 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왕가위 감독의 영화들은 그런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진짜와 진짜인척 하는 사짜들의 차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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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홍콩의 건물들과 물건들은 대부분 낡고 먼지가 잔뜩 쌓여있다. 길거리는 담배연기가 가득하고 술냄새가 진동한다. 하지만 왕가위 감독은 더러운 것들도 예술로 만든다.

천부적인 재능일 수도 있겠지만, 장면 하나하나에 심열을 기울이고, 구도와 색감 프레임까지 모두 신경 쓰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장면들이다. <타락천사>는 모든 장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을 정도로 치밀하다.

 

 

왕가위 감독은 장면 하나로도 그 흔한 맥도날드를 홍콩의 명물로 만들어 버린다.

이 장면의 색감은 마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한 장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는 광활한 우주를 향하지만 <타락천사>에서는 주인공이 자신의 깊은 내면으로 들어간다.

 

왕가위 감독이 한참 활동한 1990년대에는 홍콩이 영국령에서 다시 중국으로 반환되던 시기였고, 홍콩인들은 자유경제 체재에서 벗어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왕가위 감독은 그럼 점들을 영화에 많은 부분 투영 시켰고, <타락천사>도 마찬가지이다. 

홍콩의 씁쓸함과 아쉬움을 남녀관계에 빗대어 비유적으로 표현했고, 그렇기 때문에 배경지식 없이 본다면 난해하게 느껴 질 수도 있다. 하지만 배경지식이 없더라도 이러한 점들에서 느껴지는 왠지 모를 허무함과 씁쓸함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왕가위 감독의 영화는 반드시 불을 끄고 어두운 상태에서 영화만 집중해서 보기를 바란다.

 

오늘도 필자는 <타락천사>를 통해서 홍콩판타지를 꿈꾸었다.

 

개인의 취향 : ★ ★    (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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