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는 나이를 먹으면서 다시 볼 때마다 느낌이 달라진다.
그리고 대략적인 내용은 다 알지만 자세한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기예르모 델토로 감독의 <피노키오>는 스톱모션으로 제작되었다. <월레스와 그로밋>, <치킨런>, <유령신부> 등으로 유명한 기법이다. 어릴 때는 아무 생각 없이 보았지만, 현실에 찌든 현재에는 마치 장인정신처럼 대단하다, 힘들겠다 등의 감정이 먼저 느껴진다.
장면의 프레임 하나하나를 직접 찍어줘야 하는, 그야말로 노동의 집합체이기 때문이다.
필자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가장 최근에 보았던 <포켓몬스터 컨시어지>가 4화까지만 제작된 것이 아쉬우면서도 이해가 되는 포인트도 마찬가지였다.
기예르모 델토로 감독의 <피노키오>는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준다. 영화를 만들면서 몇 명은 골병들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퀄리티 자체가 굉장하다. 몇 년 전만 해도 단순히 멋있다 대단하다라고 생각했을 텐데 현재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아무튼 그만큼 좋은 퀄리티를 보여준다는 뜻이고, 실제로 2023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조금 불편한 부분도 있다.
필자에게는 인물의 생김새가 약간은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필자에게는 '언캐니 밸리'처럼 느껴졌다.
스톱모션 자체에도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 이 점은 크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내용적으로는 감독만의 특별한 해석이 좋았다.
기예르모 델토로 감독의 <피노키오>는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다. 동화적인 행복한 분위기보다 우울하고 기괴한 분위기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마을에서 누구보다 행복해 보이는 부자지간인 제페토와 카를로, 이들의 행복은 오래가지 못한다. 임무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단순히 무게를 줄이기 위해 폭탄을 투여하는 전투기에 의해서 제페토의 아들 카를로가 죽고 만다. 마을에서 인정받던 착실한 목수였던 제페토는 순식간에 술주정뱅이, 인간 낙오자로 취급받게 된다. 술에 취해 홧김에 만든 목각인형은 피노키오가 되었고, 제페토에게 새로운 기쁨이 되려 한다.
필자는 이 부분에서 감독이 성악설을 믿는 것인가 의심했다. 정말 말 그대로 순수악이다.
첫 등장부터 집안의 물건을 다 깨부수고 다니더니, 중요한 순간에는 더욱 큰 사고를 친다. 마치 아는 것처럼 말이다.
이제 막 세상을 알기 시작한 피노키오는 순수하다. 하지만 고의성이 의심될 정도로 사고를 친다. 그리고 유독 제페토의 말만 안 듣는다. 물론 아버지를 기쁘게 해 주겠다는 마음이지만, 솔직히 이 정도면 일부러 그랬다고 느껴질 만큼 사고를 저지른다.
물론 영화가 진행될수록 피노키오가 사람의 마음을 깨닫고 성장하는 게 피노키오의 주 스토리이긴 하다.
그런데 필자가 순수함을 잃은 건지 피노키오가 유독 악마처럼 보였다. 아무래도 필자의 상황적인 것들도 같이 반영되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결국 피노키오는 미워할 수 없다.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피노키오는 자신이 아닌 아버지를 위한 선택에서 단 한순간의 머뭇거림도 없다. 그 마음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고, 아름답다 여긴다.
우리는 어릴 적 본 동화에서 교훈을 얻는다. 착하게 살아야 하고, 타인을 배려해야 하고, 정직해야 한다고 배운다. 당연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무엇보다 현실에서는 저렇게 살면 그냥 바보가 된다. 영화에서도 죽지 못하는 피노키오는 결국 제페토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지만 결국 혼자 남게 되어 알 수 없는 인생을 살 수밖에 없다. 영화에서는 늘 해맑은 피노키 오겠지만 과연 현실에서도 우리가 그렇게 살 수 있을까.
단순하고 당연한 교훈이지만, 인간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참 어려운 현실이다.
개인의 취향 : ★ ★ ★ ★ ☆ (4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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