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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주관적인 리뷰/영화

봄의 감성을 담은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by liokrongs 2024.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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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꼭 봐야지 하면서도 계속 미루는 영화가 있는 반면 볼 생각이 전혀 없었음에도 갑작스레 보게 되는 영화가 있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가 필자에게는 그런 영화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지 않는 것도 아닌데도 전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었다.

하지만 제목이 주는 힘이 있다. 애초에 이 영화가 처음 나왔을 때도, 제목 때문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회자되곤 했다.

왠지는 모르겠다. 갑작스럽게 이 영화의 제목이 필자의 머리를 스쳐 지나갔고, 어느 순간 이미 영화를 시청하고 있었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일본 소설 원작으로 실사 영화와 애니메이션 둘 다 제작되었다. 

제목과는 달리 청춘 로맨스 작품이다. 엄청난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고 극성 팬들도 생겨나서 N회차 관람을 하거나 각종 굿즈를 모으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필자에게는 '그렇게까지' 는 아니었다. 사실 <너의 이름은>이나 <스즈메의 문단속>도 마찬가지이다.

별로인 건 아니지만 필자에게는 '그냥 그런' 느낌이었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안좋아한다? 아니다. 필자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영화들을 매우 좋아하고, 귀멸의 칼날, 주술회전, 체인소맨 등 재미있게 즐기고 있는 애니메이션이 수십 가지는 된다.

그럼 감수성이 안맞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이전에 리뷰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기쿠지로의 여름>,
<초속 5센티미터>는 매우 감명 깊게 보았다.  ('최종병기 그녀'를 아는가!! 안다면 당신은... 필자와 동년배...)

그럼 혹시 감수성이 매말랐는가 하면 오히려 감수성은 나이가 들면서 너무 풍부해져 버렸다.... 

 

아무튼 그렇다. 필자에게는 딱히 별 감흥이 없었다. 그럼 왜 그랬을까?

우선 필자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를 성장 드라마 성격이 가장 강하다고 본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여주인공 사쿠라와 사람을 믿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사는 남주인공 하루키.

이 둘이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면서 성장해 나가는 스토리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둘은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되어가고, 그들은 사랑이나 우정이라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관계라 서로를 생각한다. 그 점을 대신한 말이 바로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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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는 뜻은 영화에서 몇 가지로 등장한다.

첫 번째로는 일본의 전설에서 자신의 아픈 신체기관을 다른 사람에게서 섭취한다면 그 병이 낫게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두 번째는 다른 사람의 신체기관을 섭취하면 그 사람의 영혼에 깃든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세 번째는 두 주인공이 서로가 서로에게 준 영향력에 감사해하는 표현이다.

두 주인공은 '너의 손톱 때라도 달여서 마시고 싶어'라는 말을 하려다가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라는 표현으로 바꾼다.

즉,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는 뜻은 '너의 손톱 때라도 달여서 마시고 싶어'라는 표현에 무언가가 더욱 추가된 표현이라는 것이다.

 

일본의 속담을 찾아보니 '손톱의 때를 달여서 마신다'라는 뜻은 '훌륭한 사람에게 감화되도록 그의 언행을 본뜬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작중에서 주인공이 서로에게 좋은 영향력을 받는 것을 뜻한다.

그러니까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는 것은 서로에 대한 감정이나 애틋함이 추가되었다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에는 어린왕자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어린왕자와 장미꽃의 에피소드이다. 어린왕자와 장미꽃은 서로 사랑했지만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채 자신의 방식에 맞추려 했고, 결국 둘은 서로를 의심한 다. 결국 어린왕자와 장미꽃은 이별을 맞이할 때 서로가 같은 마음이었음을 알게 된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에서는 서로가 가진 약점이 그들을 망설이게 만들었고, 결국 이별을 맞이한 후에서야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내용은 참 좋은 영화이다. 개연성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두 주인공은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인물들이고, 그들도 그런 점에 끌린 게 아닐까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러한 점이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 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서로를 이해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사쿠라는 자신과 전혀 맞지 않는 하루키의 스타일에도 웃으면서 리드한다.

하루키는 또 그런 사쿠라의 말을 매우 잘 따른다.

영화에서는 운명이어서 그렇다라고 설명한다.

그러니까 충분히 갈등이 있어야 하는 부분이 있었음에도 '운명'이라는 장치로 눌러버렸다.

물론 원작 소설도 있고, 갈등을 담으면 스토리가 이상해질 수도 있다는 점도 있겠지만 필자에게는 이 갈등의 부재가 컸던 것 같다. 

굳이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의 클라이막스 부분을 꼽자면 사쿠라가 죽고, 두 주인공이 서로 교감하는 장면일 것이다. 작화나 여러 부분에서 신경 썼지만 애초에 스토리가 빈약했던 것 같다.

 

 

아무튼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괜찮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필자에게 맞지 않았을 뿐.

 

마침 벚꽃이 피는 계절이니 한번쯤 보시는 것도 좋을 듯하다.

 

개인의 취향 : ★ ★      (3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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