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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주관적인 리뷰/시리즈

넷플릭스 ㅣ 베이비 레인디어

by liokrongs 2024.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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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영국 드라마를 참 좋아한다.

10대 20대 시절부터 영국음악과 문화를 좋아했던 탓 일 수도 있겠다.

 

<베이비 레인디어>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악질 스토커 여자, 그런 스토커를 쉽게 떨쳐버리지 못하는 남자. 그리고 그런 남자로 인해 고통받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베이비 레인디어>를 보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영국이나 한국이나 별로 다를 게 없다는 것이었다.

젊은 재능을 이용해 먹는 기성세대.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해 주지 못하는 경찰.

힘들어하는 주인공에게 측은지심을 느껴 돌보아주다가 결국 큰 상처를 입는, 계속 그런 사람들만 만나는 연인.

순진하고 여린 마음 때문에 고통받는 주인공.

 

주인공 도니는 유명한 코미디언을 꿈꾸는 사람이다. 하지만 좀처럼 잘 되지 않았기에 술집에서 일하며, 간간히 코미디 쇼를 진행한다. 그때 찾아온 마사를 측은하게 느낀 도니는 차를 주었고, 마사의 스토킹이 시작된다.

 

 

<베이비 레인디어>는 스토킹을 당하면서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도니의 심정을 잘 담아냈다.

필자가 스토킹을 당해본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에게 이용당한다거나 상처받은 사람을 돌보아주려다가 오히려 더 큰 상처를 입는 경험 같은 것들은 비슷하게 해 보았기에 더 와닿았다.

도니의 주변 인물들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도니가 스토킹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도니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도 정확히 말해주고 있다. 당연한 일이고,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하지만 도니는 하지 못한다.

당해보지 못한 사람들은 모른다. 저 당연하고 간단한 일이 왜 그렇게 힘든지를.

 

그래도 도니는 꿋꿋이 살아가려 한다. 하지만 계속해서 무너지기를 반복하고 그때마다 도니를 도와주던 주변도 무너진다.

 

결국은 스스로 극복해 내는 방법 밖에 없다. 도니는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모든 것을 뱉어내고 떠난다.

결국 도니의 선택지는 두 가지이다. 완벽히 무너지거나, 완벽히 새롭게 태어나는 것.

 

 

이 드라마 배우들의 연기도 참 좋다.  주인공 도니 역을 맡은 리처드 개드는 이 드라마의 각본가이기도 하고, <베이비 레인디어> 자체가 그가 실제로 겪은 일을 배경으로 한다. 그러니까 주인공 도니는 결국 새롭게 다시 태어났다고 볼 수도 있겠다.

작품 내내 좋은 연기를 선보이지만 특히 엔딩이라 할 수 있는 6화, 7화에서 그의 연기가 폭발한다.

 

스토커 마사 역을 맡은 제시카 거닝은 그야말로 찰떡같은 캐스팅이다. 극 중에서 도니를 좋아할 때는 세상 순진하고 티 없이 맑은 사람처럼 보이지만 도니가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들게 행동하거나 갈등이 심화되면서 사이코패스적인 면모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

여담으로 극 중에서 마사는 빠짐없이 맞춤법을 틀리는데 그에 맞춘 한글 자막이 너무 귀엽다.

 

 

영국 드라마 스타일의 배경과 촬영 기법이 필자에게는 참 잘 맞는 것 같다. 아기자기한 소품이나 컬러매치, 그리고 패턴들이 필자의 감성을 자극한다. 영국을 가본 적은 없지만 영드에서 이런 것들만 보다가 실제로 가서 본다면 왠지 실망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아니 방에 세면대가 있는데 왜 잘 어울리는건데?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힘들고 어려운 사람을 보면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게 당연한 사람의 심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살다 보니 유독 돕는 사람 따로 있고, 이용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고 느껴진다.

극 중간에 도니의 여자친구 테리가 친구들과 함께 도니의 앞에 등장하며 이런 말을 한다.

 

"형편없는 남자들과 수치심에 기반한 관계를 맺는 내 전형적인 행동을 막으러 왔어."

 

연애 컬럼리스트들이 막상 자신의 연애는 못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너무 잘 알면서도 막상 자신이 그런 상황에 부딪히면 그렇게 행동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극 중 테리의 직업은 상담사이다. 누구보다도 정신적인 고통을 겪는 사람들을 많이 마주하는 직업이다.

그런데도 테리는 도니와 끝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끊지 못한다. 확실하게 정리하기 위해 친구들까지 대동해서 도니의 처참한 모습을 마주치지만 오히려 도니에게 더욱 측은함을 느끼고 오히려 사랑이 발전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약은 약사에게, 병은 의사에게 가야 한다.

도니의 아픔은 생각보다도 깊은 것이고, 테리는 도니를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결국 본인도 무너지고 만다.

도니도 테리를 위해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너무 잘 알고 있고, 한마디만 하면 될 터였다. 하지만 그 한마디가 도니에게는 너무 힘들다.

 

결국 용기를 내지 못한 도니는 자신의 연인에게도, 자신을 받아주고 돌보아주던 집주인에게도, 부모님께도 피해를 줄 수밖에 없었다.

 

마음의 상처는 주변에서 도와줄 수는 있어도 완벽히 해결해 줄 수가 없다.

결국 자기 자신이 스스로 그것에 대해 당당하게 말하고, 스스로 극복해 내는 방법밖에는 없다.

하지만 그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본인도, 의사도, 부모님도 알 수가 없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끝까지 기다려 줄 수 있을 것 같지만 인간의 인내심은 그리 길지 않다.

 

도니는 코미디언 지망생이다.

도니는 사람들을 웃음 짓게 해주고 싶었고, 유명한 코미디언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인생은 비극이다.

도니는 맹수가 가득한 도시의 아기 순록이었다.

 

개인의 취향 : ★ ★ ★ ★    (5점)

 

미안 헤리 스타일스가 생각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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